☞ 자작시

이 중년의 나이

은정이 홈 2012. 2. 5. 17:15

거리를 지나다
날씬한 몸매를 과시하며
요염하게 걸어가는 아가씨를 본다.
부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
우리들도 과연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?
까마득한 옛날을 더듬으며
이제는 도저히 되 돌릴 수도 없는
저 아름다움을 그저 부러움으로
바라 볼 수 밖에 없는 나이..

굳이 변명이라도 하려면
꽃이 만발한 봄도 아름답고
녹음이 우거진 여름도 아름답지만
마지막 정렬을 불태우는
가을의 단풍도 아름답다고
그런 변명을 해 대면서도
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는

이 뻔뻔스러움의 중년들이
그래도 한가지 걸고 있는 희망이란
그 뻔뻔스러움들이 모여
세상에 부끄러울 것 없는
세상을 살만큼 살아온 사람들의
거침없는 이야기들로 이어지는
만남들이 아니겠는가?

산이면 산
먹는 것이면 먹는 것
수다라면 수다
어디다 갖다 놓더라도 전혀
주눅이 들거나 빠지려 하지 않고
항상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이 배짱하나로
가끔 모일 때마다 재치들을 발휘하는
이 중년의 아름다움이여...

 

2006년 6월 5일 오후 7:0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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